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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악몽을 꾸다

TripWithHope 2013. 6. 4. 09:44


2013년 6월 3일.

6월의 첫날. 

이달이 끝나면 벌써 올해의 절반이 훌쩍 넘어간다.


장기적인 매출 부진, 팀 부조화, 여기저기 생겨나는 불필요한 잡음, 순조롭지 못한 업무 처리, 뺏고 뺏는 암투들,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 오류들.....그리고 가야할 길까지...


온통 복잡한 머릿 속 탓인지 칼퇴를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피로 탓인지 스르르 잠이 들었고, 이 악몽이 시작되었다....


워크샵을 다녀 왔던 날로 기억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한 즈음...

갑자기 몰려 든 먹구름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 것도 잠시...


"피해요~~모두 피하세요~높은 곳으로 올라가세요, 물이 넘쳐요. 어서~~~"


누군가의 절박한 외침이 저 멀리서 돌아와 뒤돌아 보니

세상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릴 듯 갑자기 불어난 강물이 무서운 기세로 도시를 덮쳐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수마에, 그야 말로 아비규환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아아아아아아아~~~~ㄱ...."


자박하게 발바닥까지 잠겨있던 강물은 

눈한번 꿈뻑할 사이에 어느 새 무릎을 넘어 허리와 가슴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눈 앞에 보이는 쓰러져 가는 건물로 들어가 

미친 듯이 높은 계단을 향해 달렸다. 


높은 곳으로 가야 돼, 더 높은 곳으로, 더 .....

1층, 2층, 3층, 4층, 5층...


그러나 5층 계단을 돌아 6층에 이르러자

녹슬어 듬성 듬성 빠진 채 앙상한 골조만 남은 녹슨 사다리가 눈앞을 가로 막았다.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건가? 여기서 끝일까..."


불어난 강물은 어느 새 4층까지 차 올랐고

창문조차 없이, 콘크리트 두껑으로 덮여진 우물처럼 

내가 무작정 들어온 이 건물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란 길은 모두 막혀 있는 듯했다


살기 위해, 오로지 살아 남기 위한 절박한 심정과 

차오르는 강물이 멈추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으로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사다리 계단을 향해 몸을 던지는 순간...


허리를 넘어 가슴까지 목 밑까지 코 밑까지 강물이 차올랐고...

내 머리는 어느 새 콘크리트 두껑까지 떠밀려 올라가고 말았다.


숨이 막혀왔다. 

나는 이미 머리 끝까지 차오른 강물 속에 푹 잠겨 버렸다.

 

이제 끝인건가...여기서 끝인건가...

죽음이라는 공포와 함께 숨이 컥컥 막혀 왔다.

 

살고 싶다. 더 살아야 하는데, 이럴 수는 없어 ...

.................................

순간 꿈이라는 느낌이 들어, 발버둥을 치며 일어났다.

휴......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꿈이었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와 아내를 살폈다.

이불을 덮어주고 냉수 한잔을 들이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해 봤다.


2시 13분 ...

다시 쪽잠이라도 청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불을 덮고 누웠지만 

진짜 금방이라도 다시 강물이 덮쳐올지 모른다는 까닭 모를 공포에 

가슴은 여전히 쿵쾅거리고 있었다.


현실과 꿈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애써 "이건 꿈이야, 꿈이었을 뿐이야"로 부정해 보았지만...

결국 여명이 밝아오는 5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그대로 출근길에 올랐다.


뭔가 나를 억누르고 있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와 힐링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잠깐이라도 휴식해야 겠다.


내 스스로를 편하게 해 주는 시간이 필요해 졌음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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